🌿 부제
세월이 흘러 다시 마주한 노래, 그리고 내 삶의 거울
벌써 마흔 해가 훌쩍 지났다.
대학교 시절, 공대생이었던 내게 음악동아리는 작은 낙원 같은 곳이었다.
남학생들뿐인 전공 강의실과는 달리, 동아리 방에는 언제나 맑은 웃음과 노래가 있었다.
아름답고 따뜻한 여학생들 덕분에 공기의 결이 달랐고,
그곳에서는 희망과 설렘이 자연스레 피어올랐다.
그 시절의 기억이 내 마음 한편에서 여전히 반짝이고 있다.
얼마 전, 동아리 시절 함께 노래하던 친구의 아들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친구는 당시에도 뛰어난 보컬로 주목받았고, 지금까지도 음악과 함께 살아가는 멋진 사람이다.
나의 어머니가 소천하셨을 때 누구보다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주었던 친구였기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오랜만에 그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했다.
결혼식은 작은 음악회처럼 품격 있었다.
극장 같은 콘서트홀에 하객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고,
무대 위에는 포근한 조명과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장면이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신랑의 입장.
결혼식을 여러 번 경험한 사람처럼 여유롭고 천천히,
마치 삶의 무대를 걷듯 웃으며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수십 년 전, 내 결혼식 날 잔뜩 긴장한 채 어색하게 입장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그 여유로움이 부럽고 또 대견했다.
두 번째는 축가의 순간이었다.
놀랍게도 신랑의 아버지, 그러니까 내 친구가 직접 노래를 불렀다.
전문 성악가처럼 흔들림 없이, 사랑을 담은 목소리로.
그 감동의 순간에 나는 그동안의 그의 인생 여정을 떠올렸다.
그가 걸어온 시간과 쌓아온 관계들이
이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객들로 가득한 강당을 바라보며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내 자녀의 결혼식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까?’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살아오며 다른 이들의 경조사에 성심껏 참여하지 못한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물질과 시간의 핑계로 마음을 미루었던 순간들이 스쳐 갔다.
그래도 나름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왔다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결혼식장을 나서며 나는 마음속에 하나의 다짐을 새겼다.
‘이제부터라도, 기쁨과 슬픔의 자리에 더 자주 함께하자.’
한 사람의 삶은 결국 함께 나눈 시간과 마음의 깊이로 평가받는 것 같다.
경조사 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가는
그 사람의 삶의 향기와 닮아 있으니까.
요즘 나는 성경을 매일 읽으며 각 장의 주제를 요약하고 있다.
처음엔 단순한 습관이었지만, 이제는 말씀 속에서 나의 인생을 비춰보는 일이 되었다.
그 속에서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된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말씀에 순종하고, 겸손히 살아간다면
하나님께서 나와 우리 가정을 책임져 주신다는 믿음이 생겼다.
비록 남들과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많지만,
하나님께서 세우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온 나의 삶도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믿는다.
이 믿음이 나를 지탱해 주고, 또 앞으로의 길을 비춰준다.
친구 아들의 결혼식은 내게 단순한 초대장이 아니었다.
그건 마치 ‘삶을 돌아보라’는 하나님의 조용한 초대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비교가 아닌 감사로, 경쟁이 아닌 겸손으로,
오늘도 하나님 앞에서 성실히 살아가겠다고.
그날의 노래가 아직도 마음속에 잔잔히 울린다.
그 목소리처럼, 나의 삶도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는
따뜻한 선율이 되기를 바라며.
✍️ 해시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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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소개문
삶의 작은 순간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평범한 일상 속 감동을 진솔한 언어로 나누며,
누군가의 마음에 따뜻한 울림을 남기고 싶습니다.